한국지반공학회 학회지 동행 2022년 6월호 (한명식대표이사 인터뷰 발췌)

KGS 전통강화프로그램
'한국지반공학회(KGS) 전통강화프로그램'은 국내외 산학연의 선배회원님들께서 쌓아 오신 업적 및 경험을 살펴, 그 노하우를 학회 회원들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취지 하에 마련되었습니다. 이번호에서는 철도, 터널 분야 및 국내 엔지니어들의 권익을 위해 많은 이들을 해오신 (주)태조엔지니어링 한명식대표이사님을 찾아갔습니다.

한명식 대표이사는...
: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수석부회장,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 토목협의회장 등
:역임 대한토목학회 부회장, 한국철도공학회 부회장,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부회장 등

Q:안녕하세요 KGS 전통강화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학회 회원분들에게 간략히 소개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979년도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군생활 이후 1981년도부터 지금까지 엔지니어링 업무를 하고 있는 한명식입니다. 꽤나 긴 세월동안 엔지니어링 업무를 해왔는데, 어느 특정 한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할 수 없는 우리의 환경도 있었겠지만 저 역시 지반공학을 베이스로 두고 여러 프로젝트, 여러 분야의 업무를 해오면서 지내왔습니다.

Q : 지반공학을 접하게 되신 배경과 특별한 인연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제가 토목엔지니어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경험하게 된 곳은 대우엔지니어링 토목사업본부의 항만부였습니다. 대우그룹에서는 경상남도 옥포에 조선소 기반시설 투자에 집중하고 있었고 그 조선소가 지금의 대우조선해양입니다. 그 당시 저는 세계 최대 Dry Dock인 No2 Dry Dock의 Floor와 Gate Sill 부분의 설계에 참여하였는데 이때 구조물의 기초, 지반 지지력 등 지반공학의 기본적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첫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Dry Dock의 양옆에 설치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Goliath Crane 기초를 위한 파일 설계 및 내경 1000mm의 대구경 강관파일에 대한 실물 재하시험을 직접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엔지니어로서의 첫발을 내딛은 시기에 지반공학에 대한 관심을 늘려 나가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엔지니어링분야에 입문하던 시기만 하더라도 전문분야별로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고 대다수의 엔지니어들이 현업에서 전문분야의 요소 기술을 익히고 있던 시절로 기억됩니다. 대부분의 토목구조물인 콘크리트나 강구조물외에 토공구조물까지도 구조기술자들이 해오던 시절이다보니 서울지하철 1,2호선 개착구조물 뿐만 아니라 일부 터널까지도 구조기술자 책임하에 진행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를 거쳐 80년대 초반 서울시에 지하철 3.4호선이 건설되면서 NATM 터널공법이 국내에 소개되고 이것을 주도한 회사에 근무하게 된 덕분에 지반공학분야가 새로운 사업의 영역이 될 수 있음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Q : 태조엔지니어링을 창업하시고 운영하시면서 많은 일들이 있으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2002년 8월 태조엔지니어링을 창업할 당시에는 30명 정도의 엔지니어가 있었는데 지반공학기술자가 80%정도이고 구조공학기술자가 20%정도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설계시공일괄입찰방식의 기술형입찰이 성행한 시기였는데 특히 장대터널을 포함한 프로젝트가 많아서 창업시에 일감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다고 기억됩니다.
초기에 수행한 프로젝트들이 굵직굵직한 프로젝트가 꽤 되었는데 그 중 경부고속철도 14-3공구 턴키설계가 특히 기억납니다. 이 사업이 바로 그 유명한 천성산 도룡뇽 집단 서식지 하부를 통과하는 터널공사가 포함된 사업으로 등장인물이 꽤나 많지요. 지율이란 여승부터 노무현 대통령 등등. 지율 스님의 단식투쟁을 시작으로 이 사업이 진행이 되지 않자 창업 초기인 저희는 설계는 다해 놓고 본의 아니게 사업이 멈춰서 버리는 바람이 기성을 받지 못해 막대한 금융부담을 안고 몇 년을 지내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결국은 사업지연으로 인한 개통 시기가 늦어져 수조원의 기회비용손실을 초래하였으나 이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특히 우리같이 이러한 민원이나 이권과 관계없이 순수공학 엔지니어의 판단으로 진행한 사업에 본의 아니게 휘말려서 고통을 겪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그 시절에도 뼈저리게 느꼈지만 지금도 그러한 일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반성할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태조엔지니어링은 이제 창업한지 20년이 되고 임직원 300명을 약간 상회하는 조그만 기업이지만 우리가 진행해 온 사업에 대해서는 사회에서 많이 기억하고 인지하고 있다는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천성산터널을 비롯하여 회사는 연혁이나 규모에 비해 굵직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흔적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정치.사회.경제 분야에서 가장 많이 검색하는 단어중 하나가 gtx일 겁니다. 이 gtx사업이 2006년 저희 회사에서 구상되어 현실화된 사업입니다. 그리고 수도 서울의 신심장부인 강남 삼성역 일대에 계획된 영동대로 지하화 복합환승센터사업에 프랑스 도미니크 페로, 정림건축, 유신과 함께 국제현상공모에 참여하여 당선된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우리가 기억할 만한 사업들은 국내 최초이자 최장 해저도로터널인 보령터널을 설계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업들이 우리 토목기술자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에게도 기억될 수 있는 사업으로 태조엔지니어링의 자부심으로 자리잡아 기억되는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Q : 대표님께서는 철도와 터널관련 엔지니어링에서 많은 일과 업적을 이루셨는데, 이 업무에 처음 일하셨을 때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까요?
주신 질문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정리해서 말씀드리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마는, 몇 가지 측면으로 구분하여 말씀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엔지니어링이 추구하는 가치측면에서의 변화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예전과 현재 가장 다른점은 국민의 생산성 증가에 따른 시간가치 향상과 안전 그리고 환경이 중요시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엔지니어링의 가치기준이 달라지게 되며 이에 따른 엔지니어링의 결과물은 사용자에 따라 또는 계획되는 위치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게 되었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표준도를 사용하거나 기존 시설 계획들을 그대로 원용해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사용자의 요구가 전부 다르고 시설이 설치되는 시기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그 기준이 변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임할 때마다 매번 다른 고민을 하여야만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현상은 철도나 터널 뿐이 아니고 모든 사회간접자본시설에 적용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인간의 생활패턴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공급되는 사회 모든 시설의 모습이 변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보다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변화로 인하여 우리가 겪는 고통보다는 우리 엔지니어에게는 먹거리가 끊임없이 제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다음은 엔지니어링에서의 요소기술과 프로젝트 형태의 변화에 대해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제가 엔지니어링 업무에 처음 참여 했을 당시에는 전문분야별로 지금과 같이 디테일하게 그런 구분은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에 이르러서는 모든 분야에 있어서 요소기술측면에서는 예전에 비해 전문 분야별로 상세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프로젝트 측면에서는 여러 다양한 분야가 동시에 참여하는 융복합 프로젝트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더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앞으로의 모든 프로젝트는 자칫 잘못하면 it기술이 우리 토목의 요소기술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it기술을 유용하게 가져다 쓸수있는 그러한 기초체력을 하루 빨리 기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지반공학을 하는 기술자들은 구조나 다른 분야와는 달리 항상 unknown factor에 대한 엔지니어의 판단을 요구받고 있기때문에 이에 대한 노련한 대비가 더더욱 절실해지고 심혈을 기울여하는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날이 발달하는 ai기술이나 it기술과 친밀해 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엔지니어링의 업역의 변화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예전에 엔지니어링은 단순히 구조계산하고 설계도면, 시방서, 내역서 작성등 공사발주를 위한 설계도서를 작성하는 등 그 영역이 상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엔지니어링에 요구하는 업무의 영역은 그 범주가 따로 없습니다. 결국 엔지니어링은 사업초기부터 일몰하는 그 시점까지 발생하는 모든 행위가 엔지니어링의 업무가 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려 프로젝트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 해결을 위한 법적 문제부터 프로젝트의 소요되는 자원의 준비 즉,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비롯하여 매우 다양한 분야의 총체적 집단이 참여가 요구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더 빨리 심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은 현재 우리가 같은 엔지니어링의 영세성으로는 국제시장에서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체력이 될 것이므로 하루빨리 체급을 상향시키기 위해 정부를 비롯하여 건설산업 종사 주체들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